입소 첫날 풍경은 늘 비슷합니다. 따님이 어머님 손을 꼭 잡고 “곧 데리러 올게요” 하고는, 차마 발이 안 떨어져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나가십니다. 어머님은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해 계시고요. 그 뒷모습을 저는 10년째 지켜보고 있는데, 아직도 마음이 짠합니다.
그렇게 모셔두고 가신 보호자분들이 며칠 안에 꼭 전화를 주세요. “원장님, 우리 어머니… 적응하실 수 있을까요? 보통 얼마나 걸려요?” 오늘은 그 질문에, 제가 현장에서 수없이 지켜본 그대로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미리 알아두시면 마음이 한결 놓이실 거예요.
첫 일주일, 사실 이때가 제일 힘듭니다
솔직히 처음 며칠은 어르신도 보호자도 다 힘듭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지내야 하니, “집에 가자”고 하시고, 밥도 잘 안 드시고, 밤에 뒤척이시고, 때로는 역정을 내기도 하세요. 이게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반응입니다. 어린아이가 처음 어린이집 갈 때 우는 것과 똑같아요. 평생 사시던 집을 떠나셨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편하시겠어요.
그런데 바로 이 시기에 보호자분이 마음이 무너져서 “안 되겠다, 다시 모셔가야겠다”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며칠 만에 판단하시기엔 이릅니다. 대부분은 이 고비만 넘기면 서서히 달라지시거든요.
2~3주쯤 되면, 조금씩 얼굴이 펴집니다
한 주, 두 주 지나면서 어르신도 조금씩 이곳 리듬에 익숙해지십니다. 매일 같은 선생님이 씻겨드리고 말벗이 되어드리고, 늘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시고, 정해진 시간에 프로그램을 하시다 보면 ‘아, 여기가 그래도 안전한 곳이구나’ 하는 걸 몸으로 느끼세요. 굳었던 표정이 풀리고, 먼저 농담을 건네시는 분도 생깁니다. 저는 이 변화가 참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한 달 안팎이면, 대개 자리를 잡으십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부분의 어르신이 한 달 전후면 안정을 찾으십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릅니다. 치매가 있으시거나 원래 예민한 성격이시면 두세 달까지 걸리기도 하고, 반대로 며칠 만에 금방 어울리시는 분도 계세요. 그러니 “옆집 어르신은 금방 적응했다는데 왜 우리 어머니는…” 하고 비교하실 필요 없습니다. 적응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어요.
이 시기, 보호자가 해주시면 좋은 것
초반 면회는 조금 고민이 됩니다. 너무 자주 오셔서 매번 붙잡고 우시다 가면 어르신이 다시 흔들리고, 그렇다고 아예 발길을 끊으면 ‘버림받았나’ 싶어 불안해하세요. 그래서 저는 짧게, 규칙적으로 오시길 권합니다. 오래 계시는 것보다 자주 얼굴 비추시는 게 어르신껜 훨씬 큰 힘이 됩니다. 평소 쓰시던 이불이나 사진, 좋아하시던 물건을 가져다 두시는 것도 좋고요. 그리고 “우리 아버지는 이런 걸 좋아하세요, 이건 싫어하세요” 하고 선생님들께 귀띔해 주시면, 적응을 훨씬 빨리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한두 달이 지나도 계속 식사를 거부하시거나, 눈에 띄게 기력이 빠지시거나, 우울이 깊어 보이신다면 그때는 그냥 넘기지 마시고 시설이나 의료진과 꼭 상의하세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리고 싶어요. 입소 첫날 서럽게 우시던 어르신이, 몇 달 뒤 복도에서 저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원장님 식사했어?” 하고 먼저 아는 척해 주실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이 저는 참 좋습니다. 지금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보호자분들께, 그런 날이 반드시 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금만 믿고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