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머님을 모시겠다고 상담 오신 따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시설을 한 바퀴 둘러보시더니, 조심스럽게 이렇게 물으시더군요. “원장님, 솔직히… 여기 밥은 잘 나오나요?” 웃으며 여쭤보셨지만 눈빛은 사뭇 진지했어요. 사실 이 질문, 상담 오시는 분들 열에 아홉은 마음속에 품고 계십니다. 차마 못 꺼내실 뿐이죠.
그럴 만합니다. ‘요양원 밥’ 하면 어쩐지 멀건 죽에 반찬 몇 가지 대충 놓인 그런 그림이 떠오르니까요. 저도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엔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을 해보니, 그 오해에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구석이 있더군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좀 솔직하게 해볼까 합니다.
요양원 밥이 ‘심심해’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어르신 밥상이 밖에서 보기엔 밍밍하고 부실해 보이는 건, 사실 일부러 그렇게 차렸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모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은 만성질환을 하나둘씩 안고 계세요. 당뇨가 있으면 단 걸 줄여야 하고, 혈압이 높으면 간을 세게 못 합니다. 신장이 약하신 분은 또 다르고요. 우리 입에 ‘맛있다’ 소리 나오는 짜고 달고 자극적인 음식을, 어르신께는 그대로 드릴 수가 없습니다. 삼킴이 약하신 분껜 잘게 다지거나 죽으로 드리고요. 겉보기엔 부실해 보여도, 실은 그 어르신 몸에 맞춘 밥인 겁니다.
제대로 운영하는 곳이라면 영양사가 식단을 짜고, 어르신마다 당뇨식·저염식·다진식·죽처럼 따로 상이 나갑니다. 저희도 매달 식단표를 붙여두고, 명절엔 전이라도 부쳐서 상을 좀 다르게 차립니다. 그런 날은 어르신들 표정이 확 달라지세요. 밥 한 끼가 뭐라고, 참 신기하죠.
그런데 솔직히, 시설마다 편차가 큽니다
여기서부터가 제가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에요. 요양원 밥의 질은 시설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급식에 얼마를 쓰느냐, 조리사가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 그리고 원장이 밥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가 납니다. 어떤 곳은 정말 집밥처럼 차리고, 어떤 곳은 딱 최소한으로만 때웁니다. 그래서 “요양원 밥은 원래 다 그래요”라는 말로 뭉뚱그릴 수가 없어요. 부모님 모실 곳을 고르실 때 제가 꼭 ‘밥’을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 확인해 보세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상담을 가시면 식단표를 보여 달라고 해보세요. 일주일 치가 겹치지 않고 다양하게 짜여 있는지, 어르신 상태별 식단이 마련돼 있는지 살피면 대충 감이 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식사 시간에 맞춰 방문해, 실제로 어떤 상이 나가는지 직접 보세요. 냄새는 어떤지, 따뜻하게 나가는지. 백 마디 설명보다 그 한 번이 훨씬 정확합니다. 이미 모신 뒤라면, 면회를 슬쩍 식사 시간에 맞춰 가보시는 것도 좋고요.
저는 밥이 그저 끼니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르신들껜 하루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고, ‘여기서 내가 대접받고 있구나’ 하는 걸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가끔 배식 시간에 식당에 들어가 어르신들 드시는 모습을 봅니다. 맛있게 한 그릇 비우시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요양원 밥, 무조건 부실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지도 않고요. 그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더라고요. 부모님 모실 곳을 고르실 때, 번쩍이는 시설보다 그 집 밥상을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그 안에 그 요양원의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요.